보은 '속리산神축제'에서 정상혁 보은군수가 붉은 깃발을 뽑고 올해의 운수를 점쳐 보고 소원을 빌고 있다. ⓒSNT 세계뉴스통신
▲보은 '속리산神축제'에서 정상혁 보은군수가 붉은 깃발을 뽑고 올해의 운수를 점쳐 보고 소원을 빌고 있다. ⓒSNT 세계뉴스통신

[세계뉴스통신/충북보은=이상탁 기자]지난 11일 논란의 중심인 충북 보은군 '속리산神축제' 현장을 갔다.

보은군이 신축제를 연다고 해 기독교연합회에서 '4억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문화를 빙자한 잡신숭배는 말도 안되는 우상숭배'라며 반대 기자회견과 가두집회 등 거세게 반발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속리산신축제 추진위와 무력충돌까지 생각했으나 불상사는 없었고 법주사로 이어지는 산책로 다리위에서 '지옥, 고통'이라는 책자를 한켠에 놓고 기독교 측 관계자로 보이는 셋이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보은 장안농요가 식전공연으로 '속리산神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SNT 세계뉴스통신
▲보은 장안농요가 식전공연으로 '속리산神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SNT 세계뉴스통신

속리산 신(神)축제의 근거인 대자재천왕제는 산신을 여신으로 이해해 속리산 여신을 위로하기 위해 바친 신물(인도불교에서 신체(神體)로 섬기는 남근)로 민간인들이 제를 지내는 산신제다. 민간 무속신앙 산신과 불교의 결합과정으로 보인다.

살풀이춤 공연을 하고 있다. ⓒSNT 세계뉴스통신
▲살풀이춤 공연을 하고 있다. ⓒSNT 세계뉴스통신

행사가 진행되자 보은 장안농요가 분위기를 띄우고, 살풀이춤과 도당 대감거리가 이어지자 일부 주민들은 무대에 나와 소원을 빌기도 했다.

'도당 대감거리' 진행 중 주민들이 무대에 올라 소원을 빌고 있다. ⓒSNT 세계뉴스통신
▲'도당 대감거리' 진행 중 주민들이 무대에 올라 소원을 빌고 있다. ⓒSNT 세계뉴스통신
국가중요무형문화재 98호 경기도당굿 전수조교 오진수 씨가 작두타기를 한다고 하자 땡볕이라 무대 앞이 훵했는데 금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무속인은 칼을 입에 물기도 하고, 쌍칼로 춤을 추면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보은 '속리산神축제' 에서 무속인이 작두에 올라 있다. ⓒSNT 세계뉴스통신
▲보은 '속리산神축제' 에서 무속인이 작두에 올라 있다. ⓒSNT 세계뉴스통신

사람들은 칼에 베이거나 떨어뜨려 다치면 어쩌나 하며 마음이 '콩닥콩닥', '쿵쾅쿵쾅'하고, 드디어 무속인이 작두에 오르기 위해 접신하면서 작두에 올라 춤을 추기 시작한다. 주민들, 보은군청 공무원 나중에는 정상혁 보은군수도 무대에 올라 행운의 붉은 깃발을 뽑아 올해의 운수를 점쳐 보고 소원을 빌었다.

무속인이 작두에 오르기 전에 하는 행위부터 작두에 올라서 하는 행동, 끝나고서 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이 한편의 종합연극을 본 느낌이다. 원래 종합예술의 기원이 무속신앙과 관련이 깊은 샤머니즘, 토템이즘 등에서 시작됐다고 일부 학자들은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중동과 이스라엘과 같이 종교적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지는 않다. 불교도 2천년 전 인도를 거쳐 대륙으로부터 들어올 때 거센 반발이 있어 이차돈이 흰피를 흘리며 순교로 공인을 받았고, 천주교도 조선말 현명한 군주라는 정조시대에도 국왕으로서 동정은 하지만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목숨을 바친 이후에야 종교로써 이 땅에 뿌리를 내렸다. 정조가 아끼던 신하 다산 정약용과 정약전 형제도 서학(천주교)를 믿어 유배길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얘기만 맞고, 남의 말은 다 틀리다는 편협한 생각이 사고의 틀에 가둬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이다.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면서 남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는 것은 문제다. 요즘 젊은이들은 크리스마스 트리장식과 부처님오신날 연등행사를 종교행사로 보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다 같이 즐기는 분위기다.

기독교계의 반대가 심하자 한 무속인은 정월에 1년 운수를 보러오는 이들 중 과반수가 넘게 기독교와 천주교 쪽에서 온다며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하며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기도 했다.

재밌는 것은 이 행사를 주관한 보은군의 수장인 정상혁 보은군수는 개신교의 신자이자 지자체장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전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고육지책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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