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천주교회 성신유치원. ⓒSNT 세계뉴스통신
▲괴산천주교회 성신유치원. ⓒSNT 세계뉴스통신
[세계뉴스통신/충북괴산=이상탁 기자]최근 지방소멸론이 언론에 단골 소재로 종종 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역인재의 요람이고, 지역공동체 활성화 및 미래성장 동력의 한 축인 35년 전통의 명문 사립유치원이 경영난을 이유로 퇴원 결정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자체의 지원결정으로 부활의 길을 걷게 됐다.

이 유치원은 충북 괴산군 읍내로4길 30번지(괴산읍 서부리)에 위치해 지난 1984년 2월 설립된 천주교재단 청주교구 산하의 괴산천주교회 성신유치원이다.

본지 기자는 폭염이 연일 지속되던 7월말 괴산 성신유치원을 방문해 지역 사립유치원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본지 기자가 성신유치원이 퇴원 절차를 밟고 있는 연유에 대해 묻자 유치원 관계자 A씨는 할 말이 없다면서 손사레를 쳤다. 그래도 잠깐 얘기 좀 해달라는 간청에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성신유치원에서 원생들이 야외물놀이를 하고 있다. ⓒSNT 세계뉴스통신
▲성신유치원에서 원생들이 야외물놀이를 하고 있다. ⓒSNT 세계뉴스통신

◈성신유치원 연혁 및 경영 어려움

A씨의 설명에 의하면 성신유치원은 1984년 2월 설립돼 만35년째 지역사회에서 교육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 1992년도에 새마을유아원에서 유치원으로 전환됐다. 처음 개교 당시 한 학급으로 시작해 2000년도까지 2학급으로 운영됐다. 당시 유아교육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국가에서 유아교육까지 손을 쓰지 못해 천주교 교회에서 손을 대 보육원부터 시작했다. 성신유치원을 맡고 있는 수도회는 1943년도에 창설돼 유아교육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과거 시골 유치원까지도 아이들이 많아 원아모집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2018년 7월 현재 성신유치원은 52명이 교육 중이고, 올해 졸업하면 39명이 남는다. 그 다음해인 2019년 원아모집하면 12~13명이 대상이다. 최대로 모집하면 40여명이 조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교직원은 조리사, 기사 포함 9명이다.

유치원 교육은 누리교육과정이 있고, 방과후 시간이 있다. 방과후 교사가 따로 배치된다. 3년 전에는 방과후 교사들이 아침부터 출근하는 시스템이었다. 오후 반나절만 출근하는 것은 어렵다. 아침부터 출근해서 저녁까지 온전히 일해야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정규직으로 돼 있다. 본인들이 그만두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천주교 재단에서 4년째 도와주고 있다. 3개월에 1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국가에서 안정화기금이라해서 작년에 거의 1500여만원 지원받았다. 이전에는 1000여만원도 안 나온 걸로 매웠다. 원장선생님 급여도 현실적으로 400여만원이 넘어야 하나, 올해 조금 올려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췄다. 원장선생님은 그동안 수녀라 급여를 제대로 안 받았다. 수녀생활비가 1인당 현재 30여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안다. 원래 성직자가 봉사직이지만 사회직무에 임해서는 급여를 현실적으로 받는다. 그러나 성신유치원에서 수녀원장 선생님은 이전에도 생활비만 받고 봉사를 쭉 해 왔다. 수녀선생님만 최저임금을 받고, 다른 일반 교사들은 일반 사립유치원만큼 급여를 받고 있다고 귀뜸해 줬다.

이어서 A씨는 이 정도 인원(50여명)이면 본당(괴산성당)에서 조금 도와주면 운영하기가 괜찮으나 40여명이면 너무나 힘들다. 본당도 할머니 신자가 많아 힘들다. 처음 여기 와서 이명박 정부시절인지 확실치 않지만 2012년 누리과정이 시작됐는데 유치원 학비가 5,6,7세가 22만원이던 것을 올려서 박근혜 정부가 30만원으로 올린다는 공약이 현재까지 22만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방과후 아이들에게는 사립유치원이라 따로 7만원이 지원돼, 국가에서 29만원을 지원해 준다. 2018년까지 지원액이 유지되고 있다.

국가에서는 학비를 1%이내 인상 정책을 펴고 있다. 3년 전에는 학비를 1만5천원 받았다. 현재 5만5천원까지 받는 것은 차량비, 입학금을 따로 명목을 붙여 안 받고 학비 1%안에 다 포함시켜서 간신히 조금씩 조금씩 원비를 5만5천원까지 올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것도 많이 받는다고 불평이지만 실제로는 더 받아야 안정적인 유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A씨는 올해는 지역사회를 보니 이 만큼 내는 곳도 없다. 도시 유치원은 40~50만원을 훌쩍 넘겨 받는다. 유치원 교육과정은 대도시나 시골이나 누리과정이라 해서 거의 비슷하다. 우리 교사들의 인적 인프라는 참 좋은데 3년 동안 애들이 사용하는 교구 제대로 한번 사줘 본 적이 없고, 책상이 쥐가 파 먹은 것 같이 낡아도 바꿔주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유치원 운영은 일선 교사들 봉급을 제때에 주고, 유치원 아이들 밥 주는 걸로 간신히 참아내면서 힘겹게 운영해 오고 있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학비를 다 안 내야 되는 걸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 원비 5만5천원도 많이 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알려줬다.

다른 유치원 관계자 "여기를 그만두게 되면 저는 운영하기 힘든 시간이 너무 많아 시원하다. 한편으로는 괴산지역 사회를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깝다. 재정적으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공립유치원은 교육적인 면에서는 모든 것을 지원해 준다. 어린이집이 많이 향상됐어도 10년 전과 비교해 봐도 유치원은 교육적으로 어린이집과 다르다"고 했다.

ⓒSNT 세계뉴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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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유치원과 다른 교육철학으로 전인교육 실현

또한 "성신유치원은 카톨릭 재단이다 보니까 사명을 가지고 교육하고 있다.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도록 평화를 일구어 가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시킬려고 하는 목표를 가지고 교육하고 있다. 그런 곳이 괴산에서 없어진다는 것이 제가 괴산사람은 아니지만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고 말했다.

A씨는 부연 설명을 하면서 아이들이 괴산지역에서 갈 곳은 있지만 여기 같은 곳은 없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또한 교육과정은 누리교육과정이라 똑같고, 진짜 중요한 것은 기관마다의 특성화교육이 다른 곳과 다르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성신유치원의 가장 특성화시킨 교육을 만든 이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란 프로그램명으로 수녀원장이 만들었다. 육체와 정신이 조화로운 인간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발도로프 교육과 유사한 전인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유치원 아이들이 우리나라와 세계를 보고 환경과 생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매년 4월은 세월호에서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하는 공감능력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서 세월호 자료를 찾아보고, 활동지를 집에서 작성해 와서 다같이 교실에서 토론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의롭게 죽어가는 이에 대해 알아가고 그분들에 대한 다른 자료를 제시해서 마음을 공감하는 프로그램이다.

성신의 지혜. ⓒSNT 세계뉴스통신
▲성신의 지혜. ⓒSNT 세계뉴스통신

카톨릭재단 수녀들이 만든 '지혜의 리더' 프로그램이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처럼 어린시절 가져야 할 7가지 습관을 만들어 가도록 일련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줘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지혜의 리더 날'이라 해서 거기에 관한 이야기, 노래 불러 보고, 게임도 하면서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고 있다.

루돌프 슈타이너가 제안한 발도로프(자연친화적) 교육 중에 매일 아침마다 아이들과 그 사람이 만든 글귀로 마음에 심어 주도록 하고 있다. 발도르프의 교육이란 유아에게 교육은 잠재된 잠재성을 발견하며 생활속에서의 리듬을 찾도록 하는 것이 주된 노력이다. 그 노력은 시공간과 영혼의 질서 속에서 유아는 본보기와 모방의 원리를 체득하고 예술적 교육을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 교육내용은 ▲모방은 학습의 원리 ▲감각교육을 중요시 ▲리듬감 있는 생활교육 ▲영유아의 상상력 발달을 중요시 한다.

이름만 바꿔서 '성신의 7가지 지혜'라 해서 아이들의 마음가짐 교육을 하고, 아침마다 명상을 통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낼지, 기쁜 하루를 만들지, 나는 누구에게 도움이 될 지 명상을 시작하고, 저녁에는 이것을 얘기해서 칭찬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명상을 잘 못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의젖하고 명상을 잘 따라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잘했다가 아니라 누구를 칭찬해 주고 싶다. 친구들 앞에서 얘기해 주면서 칭찬해 주며 포옹해 주고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안 좋은 것은 감싸주는 마음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지구시민교육이라 해서 어느 한 집에 살아도 방세를 내는데 지구는 그냥 쓰면 안된다는 생각에 우리도 지구를 생각하자라는 생각에서 산책갔다 오면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하이파이프 하면서 지구시민됐네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일회용품을 사용 안 하게 하려고 집에서 텀블러(손잡이 없고 길죽한 물병)를 가지고 와서 물을 마시고, 남은 물로 텃밭에서 물로 식물을 키우며 생태교육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괴산 지역사회에서의 도움은 전혀 없었는지에 대해 묻자 단호히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유치원 관계자는 "3년 전 괴산군에다 도움을 요청해 연락을 했더니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며 "담당자는 '그 당시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할 정도로 사립유치원은 국가나 지자체 지원의 사각지대"라고 했다.

또한 "2016년 2월에 와서 3월부터 시작됐다. 2015년까지는 도교육청에서 시골학교에 있는 아이 1인당 700~1000원정도의 급식비를 지원해 줬다. 2016년부터 그런것이 다 사라졌다. 그래서 어린이집만큼 급식비를 지원해 달라고 군에 요청했더니 교육청으로 알아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현재 사립유치원은 교육청 소관이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고, 괴산군에 있어 도와주니까 성신유치원도 괴산에 있으니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취재가 끝나고 문을 나서는 본지 기자에게 유치원 관계자는 "현재 학부모와 교육청에 알려 퇴원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이런다고 뭐가 달라 지나요"란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괴산군 성신유치원 지원 결정

한편, 지난 8월 1일 괴산증평교육지원청을 찾아 만3~5세 유아학비 지원 규모에 대해 파악해 보니 원아 1명당 ▲교육과정비 국공립 6만원, 사립 22만원 ▲방과후과정비 국공립 5만원, 사립 7만원으로 총 국공립 11만원, 사립29만원이 전국 공통으로 지원되는 금액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연말이면 인구수를 늘려 교부금을 많이 확보하려는 것과 똑같이 유아원생들의 수가 많아야 지원금액이 커져 유치원 운영에 어려움이 없다.

성신유치원은 2015년 59명 및 2016년 58명에게는 2여억원이, 2017년에는 46명에게 1억5천여만원이 지원됐고, 2018년 54명에게 유아학비를 지원 중에 있다.

사립유치원 재정의 대부분은 교사 인건비와 통학차량비, 사학연금, 보험료 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성신유치원은 주변 국공립유치원인 명덕초 병설유치원 15명과 동인초 병설유치원 특수 1학급과 일반 2학급 등은 10여명 내외로 유지돼는 반면, 매년 50여명의 원생에 내실있고 교육 프로그램도 알차게 운영하는 유치원이라 더 이상의 지원을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성신유치원에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줬다. 이차영 괴산군수의 통 큰 결단으로 지원결정이 내려졌다. 젊고 희망이 넘치는 행복한 괴산을 만들겠다는 이군수의 의지가 엿보인 결정으로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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